호텔 일식당? 골목 스시집?…어딜 가든 오마카세 먹어보세

입력 2021-09-02 17:02   수정 2021-09-10 19:01


접시에 스시 한 점이 놓인다. 어디 한번 먹어볼까. 보슬보슬한 밥알 위에 참치 뱃살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다음엔 또 얼마나 먹음직스러운 스시가 나올까. 기대감을 안고 셰프의 손을 빤히 바라본다. 이번엔 우니(성게알)다. 먹는 기쁨에 보는 재미까지…무궁무진한 스시 오마카세의 매력이다.
수십만원이어도 먹는다

일본어로 ‘당신께 맡깁니다’라는 뜻의 오마카세(おまかせ)는 맛있는 스시를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꼽힌다. 가격만 정해놓고 셰프가 그날 가장 좋은 재료를 이용해 코스를 내주는 식이다. 호텔 등 하이엔드(고급) 스시집은 인당 30만원대, 미들급(중급) 스시집은 인당 10만~15만원대에 스시 오마카세를 이용할 수 있다. 스시 애호가들은 “오마카세로 즐기면 ‘스시의 본고장’ 일본에 버금가는 스시를 국내에서도 맛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스시 오마카세는 2000년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와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 들어 스시조와 아리아케 출신 셰프들이 고급 스시집을 차리면서 본격 대중화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시인’ 이진욱 셰프(스시조 출신), 청담동 ‘스시효’ 안효주 셰프(아리아케 출신), 청담동 ‘코지마’ 박경재 셰프(아리아케 출신) 등이 대표적이다.

고급 스시집 대부분 흰 생선, 붉은 생선, 등푸른 생선, 성게알 등 순으로 스시 약 20종을 내놓는다. 각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밥알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스시조는 2018년부터 일본 미쉐린가이드 3스타 식당 요시타케와 기술제휴를 맺고 스시의 맛을 관리하고 있다.

한석원 스시조 주방장은 “밥알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며 “쌀 품종 3~4개를 섞어 스시조만의 밥을 만들고, 제주·여수·남해·삼천포 등에서 공급한 제철 식재료를 얹는다”고 소개했다. 밥알에 술지게미(술을 빚은 뒤 남은 술 찌꺼기)를 발효시켜 만든 붉은 식초를 섞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붉은 식초로 만든 밥알에선 단맛에 더해 깊은 풍미의 신맛이 난다. 스시조 오마카세는 연일 만석이다. 스시조 관계자는 “기념일에 오마카세를 즐기는 20대도 종종 있다”며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5만원의 행복’ 가성비 오마카세도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맛은 수준급인 ‘엔트리급(인당 7만원 미만) 오마카세’를 찾아다니는 이도 많다. 일명 ‘가성비 오마카세’다. 서울 논현동 ‘김수사’는 가성비 오마카세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세종호텔 일식조리사 출신 정재윤 셰프가 2012년 아버지로부터 주방을 물려받으면서 엔트리급 오마카세로 개편했다. 요즘도 인당 스시 오마카세 가격이 점심 5만원, 저녁 7만원이다.

이 식당의 점심 스시 오마카세엔 음식 약 20종이 나온다. 초반에는 기름지지 않은 흰살생선이 주를 이룬다. 간장을 바른 농어, 참돔의 뱃살·등살, 여름이 제철인 잿방어 등이다. 볏짚으로 훈연한 삼치, 간 새우살을 올린 단새우, 대게장을 곁들인 대게살 등 창작초밥도 돋보인다. 정 셰프는 “손님이 계산서를 봤을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주자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성비 오마카세는 서울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대부분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자리 확보가 가능하다. 저녁 식사비가 인당 3만5000원인 서울 여의도 ‘아루히’는 한 달 전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서울 서초동·도화동·청진동 등에 있는 ‘스시소라’, 공덕동 ‘이요이요스시’도 점심에 인당 4만~5만원대 오마카세가 가능한 곳이다.

김휘수 스시소라 셰프는 “오마카세를 먹고 난 뒤에는 ‘앞으로 회전초밥집은 못 가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그만큼 단골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셰프의 재료 설명을 들으면서 각 스시의 차이를 느끼면 더 다채롭게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은/윤희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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